귀농.귀촌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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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해서 얼마나 소득을 올려야 먹고사나요?"
"얼마나 소득을 올릴 수가 있을까요?"
자주 듣는 말이지만 참 바보 같은 질문이다. 건축가들도 자주 듣는 질문이 있는데 '건축비가 평당 얼마나 들까요?'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준다고 한다. "평당 100만원에서부터 1억원까지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해줄 수 있습니다."
소득 올리고 싶으면 밤에 랜턴 켜고 농사지어야 한다
어떤 귀농자모임에서 있었던 일화다. 한 사람이 자신이 지난 달에 30만원밖에 안 썼다고 은근 자랑을 하니까 옆에 있던 선배 귀농자가 대뜸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 써대면서 어찌 살아갈꼬?" 좀 오버한 느낌도 있지만 농사를 짓고 살면 큰돈을 들일 일이 없다. 누구는 200만원도 부족할 테지만 누구는 100만원이면 떡을 치고도 남는다.
어떤 조직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생태귀농운동을 낭만귀농이라고 분류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웃음이 나온 적이 있다. 겨우 텃밭정도의 규모에 농소득도 부진한 것을 귀농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를 비웃는 것이 틀림없다. 근데 웃음이 나는 것은 어떤 귀농자의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 귀농을 했는데 소득이 너무 적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농지를 더 빌리고 기계도 사는 등 영농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수확 철이 다되어 사람 품이 필요한데 품값을 치를 돈이 없어, 자신은 도회지로 일을 나갔단다. 그렇게 자신이 밖에서 벌어온 돈으로 품값을 치르는데 이건 뭐가 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단다. 분명 효율성과 이윤을 따진다면 이게 나은 방식이긴 한데 뭔가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에서 농부 빠홈의 비극적인 결말이 떠오른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욕심에는 그만한 대가가 있다. 소박하지만 지금 바로 여기에서,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면 되는데 많은 이들이 불확실한 미래의 더 큰 행복을 좇다가 젊음도 가족도 건강도 잃는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살 수 있건만, 많은 이들이 불필요한 욕심으로 인생을 저당 잡힌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생활도 힘든 금욕적인 삶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소를 타듯 한쪽은 돈벌이, 다른 한쪽은 행복을 놓고 균형을 찾아야한다. 소득을 많이 올리려면 광부처럼 밤에도 헤드 랜턴을 켜고 농사를 지어야한다.
귀농, 직업 아닌 정년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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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지만,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월 50만원 정도 농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이미 성공한 귀농자다. 거기에 만족할 수 있다면 주변에 피어나는 풀꽃에 눈길을 줄 수 있고 끼니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혼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약초를 찾아 산을 돌아다닐 시간도 생길 것이다. 누가 시켜서 일하지 않고 누군가를 시켜야 할 필요도 없이 내가 온전히 독립된 인격으로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농부의 삶이다. 소득에 천착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농사만 짓고 살 일이 아니다. 농촌에 모두가 농사만 짓고 사는 농민들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농촌사회도 사람 사는 곳이니 치과의사, 예술인, 교사, 보일러기사와 같은 사람들이 당연 필요하다. 귀농자들이 도시에서 써먹던 기술을 잘 쓴다면 마을공동체의 복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녹색일자리, 일자리 한다지만 귀농은 일자리나 직업의 선택이 아니다. 삶의 뿌리를 통째로 옮겨 다시 심는 일이며 정년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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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현희님의 댓글
김현희 작성일200%공감이에요^^ 저도 늘 생각하지만 귀농이라는게 단순한 이사나 직업의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삶의 뿌리를 옮기고 삶의 철학을 바꾸는 일이지요. 좋은 글 고맙게 잘 읽고 다시 한번 더 돌아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희 카페에도 퍼갑니다~

김규하님의 댓글
김규하 작성일
귀농하신 분들이 한번은 꼭 생각해봐야 할부분을 글로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행복한 삶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각자의 나름대로의 잣대가 있으리라 봅니다.
농촌에서의 소박한 삶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됩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늘건강하세요.

봉화에선님의 댓글
봉화에선 작성일
봉화의 인구구성비는 농민, 상인, 공무원. 기타. 농민은 지역사회의 저변을 이루면서도 소득수준은 농촌가운데에서도 가장 낮다. 반하여 봉화공무원의 소득수준은 도시와 같다. 도무지 넘볼수없는 수준의 차이가난다. 봉화농민은 도저히 생활을 영위할 수 없어서 봉화를 떠나는데, 귀농이 지역의 저변을 보충해주는 기능이 있다. 쓸데없이많은 공무원님들을 유지시키는 근거도 되고..
현 군수는 농민들을 위해 많은일을하지. 부군수님들도 주체를못하시고. ^^

김성진님의 댓글
김성진 작성일소천면 임기리로 귀농 결심하고 작은땅을 구입했는대 선배분의협조를 구하고 있읍니다